
예년 같으면 한창 장맛비가 내려야 할 시기인데 연일 뙤약볕만 내리쬐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5,6월에도 이른 폭염이 종종 찾아오곤 했지만, 올해 더위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아직 7월 초인데도 흡사 장마가 끝난 7말 8초에 찾아오는 더위 마냥 끈적한 습기와 열기가 가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장마 시작 이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 '장마 실종' 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3일 기상청이 남부지방과 제주의 장마가 끝났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제주는 지난 6월 26일, 남부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정체전선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제주의 장마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일찍 종료됐고, 남부지방은 역대 두 번째로 이른 시기에 장마가 끝났습니다. 제주와 남부 지방의 올해 장마 기간은 각각 15일과 13일입니다.
다만 기상청은 중부는 기압계 변동으로 강수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남았다며, 아직 장마 종료를 선언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체전선이 이미 북한 북부까지 북상한 데다,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워낙 강해 사실상 중부의 장마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역대급으로 일찍 끝나버린 장마는 뜨거운 바다에서 시작했습니다. 올해 북태평양의 수온이 평년 대비 5도 이상이나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태평양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아열대 고기압이 뜨거운 바다의 지원을 받아 강하게 확장했고, 급기야 6월 하순부터 장마를 한반도 북쪽까지 밀어낸 것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 이명인 교수는 "올해 전 지구적으로 중위도 정체 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강하게 발달하고 있는데, 작년에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고수온이 이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필리핀 동쪽에서 발생한 열대 요란들이 뜨거운 공기를 북쪽으로 퍼올려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을 키웠습니다. 6월 말부터 거침없이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열대 공기에 밀양은 38.3도까지 치솟아 관측 사상 7월 상순 최고 기온 신기록을 썼고, 강릉은 밤에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까지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폭염이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장마가 물러간 자리에는 한반도 폭염의 또 다른 원인인 대륙 티베트고기압이 서서히 확장해 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상공에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두 개의 고기압이 겹치면 열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극심한 더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7~8월은 통상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가장 강한 시기이기 때문에 두 고기압이 강하게 맞물리면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대 최악 폭염인 2018년도 장마가 7월 10일경 일찍 종료된 후 두 개의 고기압이 강력한 세력을 보이며 강원 홍천 41도, 서울 39.6도의 극한 폭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명인 교수도 "최근 유럽이나 북미 폭염 등 전 지구적으로 올해가 역대 최악의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과 유사한 면이 있다며, 7월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시키는 PJ 패턴(태평양-일본 패턴)까지 본격화하면 앞으로 폭염은 더 극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올해 북극 해빙 면적 마저 관측 사상 최소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북극 온난화 여파로 구불구불해진 상층 파동이 한반도까지 덮칠 경우, 최악 2018년 못지않은 극한 폭염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역대 가장 일찍 장마가 물러나면서 올여름 유난히 긴 폭염은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2018년에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511명, 이 가운데 48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도 만만치 않은 폭염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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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kimjh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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