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박쥐에게 물린 50대 남성이 광견병과 유사한 희귀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현지시간 3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보건국은 이날 50대 남성이 박쥐에게 물린 뒤 중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 남성은 '호주 박쥐 리사바이러스'(lyssavirus)에 감염된 박쥐에게 몇 개월 전 물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NSW주 북부 출신인 그는 이번 주 중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호주 박쥐 리사바이러스는 1996년 5월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가 NSW주에서 '여우 박쥐'의 뇌 조직을 분석하다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광견병과 유사한 증상을 발현하는 이 바이러스는 박쥐의 침이 물린 상처를 통해 인체에 유입되면 감염됩니다.

첫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은 감염 며칠 후부터 몇 년 뒤까지 다양합니다.

두통이나 발열로 증상이 시작해 환자 상태가 급속히 악화하면 환각이나 마비 증상을 겪다가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케이라 글래스고 NSW주 보건국 감염보호국장은 "호주 박쥐 리사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라면서 "감염되면 사실상 치료법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남성은 NSW주에서 호주 박쥐 리사바이러스에 감염된 첫 사례이며, 호주 전체에서는 네 번째입니다.

1996년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에서 박쥐 사육사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처음 사망했고, 1998년과 2013년에도 여성과 8살 소년이 박쥐에게 물린 뒤 숨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호주에서 서식하는 모든 박쥐가 리사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예 접촉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호주 멜버른대학교의 감염병 전문가인 제임스 길커슨 교수는 "호주 박쥐 리사바이러스는 광견병과 매우 유사하다"라며 "감염 후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한다"라고 말했습니다.

NSW주 보건국은 "박쥐에게 물리거나 할퀴었을 때 즉시 15분 동안 비누와 물로 상처를 씻고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소독제를 발라야 한다"라며 "이후 광견병 면역글로불린과 백신을 맞아야 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NSW주 보건 당국은 숨진 남성이 박쥐에게 물린 직후 치료를 받았는지, 평소 건강 상태가 감염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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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