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끈적거리는 열기 탓에 밤마다 뒤척였는데 지난밤에는 모처럼 밤더위가 덜했습니다. 갑자기 선선해진 공기에 출근길이 쾌적했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서울은 지난 6월 29일 이후 12일 만에 드디어 열대야에서 탈출했습니다.
분명 어제(10일) 낮 동안에는 심한 폭염이 나타났습니다. 단순 덥다 정도를 넘어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6.2도 올라 7월 상순으로는 관측 사상 역대 3번째로 더웠던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밤 공기가 선선해졌고, 밤사이에만 서울의 기온이 24.6도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여름 밤에 이렇게 기온이 크게 변화한 건 부쩍 건조해진 공기와 '복사 냉각' 효과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이 대구보다 더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은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뜨거운 동풍 때문이었습니다.
이 동풍은 건조한 성질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수증기들이 떨어져나가고 건조한 공기로 바뀌면서 열기도 더 품게 되는 것입니다. 고온 건조한 동풍의 영향이 지속하면서 어제(10일) 서울의 최저 습도는 한때 33%까지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공기가 건조해지면 밤사이 지면 열이 빠져나가는 '복사 냉각'이 활발해집니다. 공기 중에 습기가 많으면 이불처럼 열기들이 빠지 못하게 막아서 열대야가 나타납니다.
반면, 공기가 건조하면 이불이 걷히면서 열기들이 그대로 하늘로 방출돼 지면의 기온이 빠르게 떨어집니다. 한낮에는 뜨거운 동풍에 폭염이 기승이지만 해가 진 뒤에는 건조한 공기 덕에 밤더위는 덜한 것입니다.

이런 '건식 폭염'은 토요일까지만 이어집니다. 일요일부터는 방향이 바뀌는데, 습기를 머금은 서풍이 불면서 다시 예전처럼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시작하겠습니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동풍에서 서풍으로 바뀌면서 기온이 조금 낮아지겠지만, 습도는 오히려 높아져 폭염특보 수준의 더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고 예상했습니다.
다음 주 초까지는 찌는 듯한 폭염이 나타나다 16~17일쯤 중부에 비가 내리면서 더위가 잠시 완화될 전망입니다. 폭염을 만들던 기압계가 일시 와해되면서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열대 공기와 충돌하는 것입니다.
기상청은 16~17일 중부지방의 비를 장맛비로 분석하고, 많은 비가 쏟아질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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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kimjh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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