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비교적 선방했다는게 대체적 평가인데요.
그 이면에는 협상의 중요 국면, 흐름을 바꾼 '숨은 장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협상 과정의 막전막후와 그 결과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박현우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협상'과 관련해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바로 이 거북선과 관련된 일화인데요.
1970년대 초,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조선업 진출'을 야심차게 선언하고, 막대한 자금을 빌리러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조선업 불모지'였던 우리 기술력을 못 미더워하던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게 바로 이 '500원 짜리 지폐'였다고 하는데요.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고, 결국 차관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기지와 기개'가 녹아든 정주영 회장의 '협상의 기술'이 밀알이 돼 우리나라 조선업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렇게 '잘 키운 조선업', 이번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미국 내 '강경 기류'에 부딪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우리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을 지렛대 삼아 실마리를 풀어낸 겁니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를 우리 정부가 협상용 카드로 꺼내들자 미국도 호응했고, 그 때부터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구호였던 '마가'에 알파벳 'S'만 추가해 만든 프로젝트 명입니다.
'미국의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성의'와 '센스'가 있는 작명으로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썼던 '마가' 모자와 비슷한 형태와 색깔의 '마스가' 모자도 준비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작명과 '소품'에도 공을 들였지만, 우리 정부가 승부수를 띄운 부분은 당연히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의 기술'까지 더해졌는데요.
'복잡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그림 한 장'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아래 '마스가' 내용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패널'을 제작한겁니다.
미국 현지에서 '마스가'의 핵심 내용을 담은 가로세로 1m 크기의 스티로폼 패널을 제작했는데, 이동 중에는 호텔 식탁보로 패널을 감싸 '내용 유출'을 막았다고 합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패널은 협상장에서 비로소 빛을 봤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 관련 현황과 향후 투자 계획 등이 담긴 숫자와 다이어그램이 가독성 있게 담긴 패널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그레이트 아이디어"라는 찬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은 미국의 조선산업이 굉장히 낙후돼있다…그래서 한국하고 빨리 마스가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었으면좋겠다…"
이번 협상 과정에선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도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 반발을 고려해 '추가 개방'을 최대한 막아야 했고, 미국은 또 미국대로 '추가 개방'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협상력을 높인 건 '수습 사무관'이 정리해 만든 '앨범'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100만명이 운집해 소고기 수입 반대와 정권 퇴진을 외치는 사진 등이 담긴 앨범이었는데, 이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상무부 장관에게 걸어가면서도 보여줬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적 민감성'을 전달하고, 또 임기 초반 정권이 느낄 '정치적 부담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한 끝에, '소고기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구윤철/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일)>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요, 미국에서 발표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추가적인 개방에 대해서는 논의한 사실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의도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야당은 '시간에 쫓겨 미국에 양보한 느낌이 강하다'며 세부 사항과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건/국민의힘 의원 (지난 1일)> "우리는 GDP의 20%가 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본은 14%, EU는 7% 수준입니다. (3331)실익 없이 도매급 취급을 받은 협상 결과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성공적인 성과를 냈는데도, 야당이 국론 분열과 정치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일)>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국힘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입니까? 친위군사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려 했던 내란 세력들이 이젠 국익 파괴 집단으로 변모한 것입니까?"
한미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정상회담 개최'도 합의했습니다.
'관세협상'이라는 난제를 해결한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안보 패키지'와 같은 다음 난제를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가능성이 큰데요.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모습과 성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립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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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비교적 선방했다는게 대체적 평가인데요.
그 이면에는 협상의 중요 국면, 흐름을 바꾼 '숨은 장면'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협상 과정의 막전막후와 그 결과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박현우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협상'과 관련해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바로 이 거북선과 관련된 일화인데요.
1970년대 초,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조선업 진출'을 야심차게 선언하고, 막대한 자금을 빌리러 영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조선업 불모지'였던 우리 기술력을 못 미더워하던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꺼내든 게 바로 이 '500원 짜리 지폐'였다고 하는데요.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고, 결국 차관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기지와 기개'가 녹아든 정주영 회장의 '협상의 기술'이 밀알이 돼 우리나라 조선업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이렇게 '잘 키운 조선업', 이번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미국 내 '강경 기류'에 부딪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우리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업'을 지렛대 삼아 실마리를 풀어낸 겁니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 프로젝트를 우리 정부가 협상용 카드로 꺼내들자 미국도 호응했고, 그 때부터 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집니다.
마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당시 구호였던 '마가'에 알파벳 'S'만 추가해 만든 프로젝트 명입니다.
'미국의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성의'와 '센스'가 있는 작명으로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썼던 '마가' 모자와 비슷한 형태와 색깔의 '마스가' 모자도 준비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작명과 '소품'에도 공을 들였지만, 우리 정부가 승부수를 띄운 부분은 당연히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의 기술'까지 더해졌는데요.
'복잡한 설명보다 직관적인 '그림 한 장'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아래 '마스가' 내용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패널'을 제작한겁니다.
미국 현지에서 '마스가'의 핵심 내용을 담은 가로세로 1m 크기의 스티로폼 패널을 제작했는데, 이동 중에는 호텔 식탁보로 패널을 감싸 '내용 유출'을 막았다고 합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패널은 협상장에서 비로소 빛을 봤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 관련 현황과 향후 투자 계획 등이 담긴 숫자와 다이어그램이 가독성 있게 담긴 패널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그레이트 아이디어"라는 찬사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관/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은 미국의 조선산업이 굉장히 낙후돼있다…그래서 한국하고 빨리 마스가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있었으면좋겠다…"
이번 협상 과정에선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여부도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 반발을 고려해 '추가 개방'을 최대한 막아야 했고, 미국은 또 미국대로 '추가 개방'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 협상력을 높인 건 '수습 사무관'이 정리해 만든 '앨범'이었다고 합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때 100만명이 운집해 소고기 수입 반대와 정권 퇴진을 외치는 사진 등이 담긴 앨범이었는데, 이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상무부 장관에게 걸어가면서도 보여줬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적 민감성'을 전달하고, 또 임기 초반 정권이 느낄 '정치적 부담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한 끝에, '소고기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구윤철/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일)> "쌀과 관련해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고요, 미국에서 발표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추가적인 개방에 대해서는 논의한 사실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해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의도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야당은 '시간에 쫓겨 미국에 양보한 느낌이 강하다'며 세부 사항과 향후 미칠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건/국민의힘 의원 (지난 1일)> "우리는 GDP의 20%가 넘는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일본은 14%, EU는 7% 수준입니다. (3331)실익 없이 도매급 취급을 받은 협상 결과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성공적인 성과를 냈는데도, 야당이 국론 분열과 정치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일)>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는 국힘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입니까? 친위군사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려 했던 내란 세력들이 이젠 국익 파괴 집단으로 변모한 것입니까?"
한미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정상회담 개최'도 합의했습니다.
'관세협상'이라는 난제를 해결한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안보 패키지'와 같은 다음 난제를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을 가능성이 큰데요.
'실용 외교'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모습과 성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립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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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hw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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