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K팝과 저승사자 등 한국의 대중문화와 전통문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줄임말인데요.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요 수록곡 중 3곡이나 빌보드 상위 10위 안에 진입했습니다.

'케데헌'은 이번주 정치권도 뜨겁게 달궜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계 미국인인 매기 강 '케데헌' 감독과 만나 까치 호랑이 등 인상적인 장면을 줄줄이 읊었습니다.

<이재명/대통령> "제일 인상적인건 호랑이, 더피라고 이름 붙였더라고요. 호랑이하고 저승사자…저는 설렁탕에 깍두기가 최고였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토론회에서는 '케데헌을 아느냐'가 검증의 기준이 되기도 했는데요.

김문수 후보가 "잘 모른다"고 하자 안철수 후보가 "제 1야당 대표라면 알고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지난 19일 당시)> "'케데헌'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김문수/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지난 19일 당시)> "뭐 말씀해보시죠. 저는 좀 잘 모르겠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지난 19일 당시)> "당 대표라면 이정도의 시대적 트렌드는 알고 있어야"

이렇게 정치권도 문화 트렌드를 쫓아가기 바쁘지만, 과거 정치권력과 문화의 관계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과거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는 정치권력이 입맛에 따라 문화예술계를 좌지우려 하려고 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명단을 만들어 지원을 배제했던 건데,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런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부 이외에도 존재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유인촌/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지난해 7월)> "정권이 바뀌면 어느 한쪽은 가해자인 것 같고, 어느 한쪽은 피해자인 것 같지만 실제로 양쪽에 피해자가 다 있습니다"

하지만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력이 문화예술계를 통제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 등을 만나 지원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윤석열/전 대통령(2022년 6월)> "칸 영화제에서 뜻깊은 쾌거를…"

역시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한강 작가는,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여야가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전재수 /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지난해 10월)> "한국 작가 최초로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반갑고 정말 좋은 소식이 뉴스 속보로 떴습니다. 크게 박수 한번 치시죠."

이제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앞다퉈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유세 활동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지난 4월)> "정말 제가 폭싹 빠져가지고. 봤는데 눈물이 너무 많이 나가지고…"

<국민의힘 유튜브(2021년 11월)> "지금부터 대선판을 뒤집을 디정위(디지털정당위원회)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이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약속했습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문화가 자유로움 속에 꽃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대통령(지난 20일)> "정치권력들이 통제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어요. 자기들이 휘어잡고 싶어하는 활용하고 싶어하는…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외치는 이재명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세제를 통한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지난해 약 26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문화수출을 2030년까지 5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입니다.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치와는 달리, 끝없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컬쳐, 이제는 오히려 문화가 정치를 이끄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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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희(g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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